[생각] 묘사와 표현
2020-9-12
그림 소재를 찾을 때 대체로 눈이 띄는 자료를 고르게 된다.
‘이쁘거나’ ‘귀엽거나’ ‘멋있거나’
이런 자료가 작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기대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멋있는 대상이어서 멋진 작품이 되거나, 이쁜 대상이어서 예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대상을 표현하는 방향에 따라 작품이 초라하거나 미운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한 편, 끈기 있게 정성을 다해 그리더라도 그저 열심히 그린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강아지 털 한올한올을 있는 그대로 모두 표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미술 작품의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끈기 있게 정성을 다한 세부 묘사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세부 묘사에만 지나치게 치중한다면 그 기술적인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사진처럼 그렸네’ 라는 식의 그림에 머무르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저 ‘열심히’그린 그림으로 한정될 수 있다.
-묘사: 주제 표현을 위해 강조할 때 사용하자
-표현: 대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갖자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묘사라면, 대상을 통해 작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리다’ 라는 단어가 같는 의미가 아닐까?
대체로 묘사에만 치중한 그림은 너무 친절한 그림이 되고, 표현에 치중한 그림은 너무 불친절한 그림이 되기도 한다.
묘사와 표현이 조화를 이룰 때 이쁘고 귀엽고 멋진 그림이 나온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묘사에만 치중하는 ‘그리다’를 넘어 만난, ‘표현을 그리다’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묘사와 표현이라는 물감으로 적절히 섞고 이를 그리는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미술이다.